문화예술계에서 “돈쭐나는 키다리 아저씨
민진규 대기자
2021-04-27
문화예술계의 대부(代父) “키다리 아저씨는 돈쭐나야 한다"


▲이철구 이사장 (제공: (사)한국음악협회)

어느덧 4월이 지나 만개했던 벚꽃이 지고 풀과 꽃이 무성하게 자라는 여름의 문턱에 다다랐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범세계적 전염병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공연예술계는 여전히 방향성을 종잡을 수 없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문화예술인들이 가장 빛나야 할 곳은 무대입니다. 그러나 코로나-19 장기화가 지속하면서 점차 문화예술인들은 무대가 아닌 혹은 음악과 무관한 삶의 선택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많은 음악 단체는 활동을 중단했으며, 상황이 더욱 어려운 단체는 해체하거나 이에 준하는 길을 밟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국악 공연계는 더 큰 직격탄을 맞으며 생존의 기로를 심각히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다 보니 그동안 문화예술계를 위해 헌신적으로 후원해 오신 '키다리 아저씨'가 계신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나 큰 위로가 됩니다. 그러나 올해는 후원을 받으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그 이유는 후원해 주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의 회사가 지난 3월 중순 10시간이 넘는 큰불로 인해 일부 공장이 소각돼 재정상태가 매우 어렵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입니다.

또한 기업 후원이 늘 절실한 문화예술계는 기업에 늘 후원을 요청합니다. 기업에 후원을 요청하다 보면, 많지는 않지만, 후원을 통한 홍보 마케팅이 가능한지 등 후원 조건을 제시하곤 합니다.

그러나 키다리 아저씨 기업은 행사 프로그램의 인사말, 홍보물 광고 등 모든 홍보를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매년 좋은 문화예술기업을 선정해 주는 상을 추천하려고 해도 늘 거부했습니다.

키다리 아저씨는 국악, 문학(詩), 미술(조각), 축제, 바둑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후원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중 가장 큰 사랑을 펼치는 분야가 국악입니다.

제가 앞에서 소개한 '키다리 아저씨'는 크라운·해태제과의 윤영달 회장입니다. 그분의 국악 및 문화예술 사랑은 행보는 이 한 장의 편지, 아니 한 권의 책으로도 불가능합니다.

웃을 일이 없는 요즘 훈훈한 미담으로 온종일 먹먹했던 가슴이 훈훈해졌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기사의 내용은 ‘돈쭐내기’라는 신조어 기사 때문입니다.

'돈' + '혼쭐내다'의 합성어인 ‘돈쭐내기’는 매우 강하게 혼을 내어 꾸짖음을 묻는 말이지만, 이에 대한 반어법과 변형으로 어떤 사람이 사회적으로 옳은 행동을 실천했을 때 '이 사람은 돈으로 혼나야 한다'라는 뜻으로 생긴 신조어라 합니다.

이 미담의 주인공은 지난 2월 배고픈 형제에게 치킨을 건넨 홍대의 치킨 가게 주인입니다. 돈이 부족하지만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형제의 사정을 헤아려준 점주를 위해 치킨 체인점의 본사에 감사의 편지를 보냈고, 이 편지가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많은 국민들이 ‘돈쭐’을 냈습니다.

저도 그동안 우리 문화예술계를 위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키다리 아저씨'를 자처한 수많은 기업과 기업인이 ‘돈쭐'나게 만들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문화예술계에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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